지난 수요일,
밤새 쏟아붇던 비는 점심때가 되어도
멈출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.

아침예배를 마친 후
어느 집사님이 점심을 해준다고
늦게까지 남아 있던 몇사람을 
집으로 초대했습니다.

한 손엔 우산을 들고
한 손엔 가방을 들고
비를 맞으며 시장을 보고

맑은 날에도 하기 힘든 식사를
축축하고 후덥지근한 그 날에 
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에게 베풀었습니다.

말을 할 때마다 오른쪽 왼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
생긋생긋 웃는 그 표정은
최고의 조미료가 되어
그렇잖아도 맛있는 음식을 더 맛나게 했습니다.

내일 항암치료 잘 받아야 된다며
자기들은 삼겹살을 먹고
저에겐 비싼 쇠고기를 한 접시 가득 구워 주었습니다.

한숟갈 한숟갈 음식을 삼킬 때마다
그들의 사랑이 가슴으로 톡톡터져
꽃봉오리가 꽃잎을 터트리듯
온몸에 활짝 기지개가 펴졌습니다.

네시간동안 우리는 
하하호호
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.

그날의 사랑때문인가봅니다.
다음날 항암치료는 
첫번째보다
두번째보다
훨씬 더 쉽게 넘어가고 있습니다.

저는 좋은 사람들을 통해
날마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.

그런데 제 몸에 베어버린 게으름이
그 사랑을 배우기만하고
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.

얼마나 더 많이 배워야 실천하게 될지
미안하기만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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